축소지향의 일본인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교수님의 일본인론이다.
일본과 일본인을 '축소'라는 논리로 해석하고 해부한 국내 일본인론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일본인들의 생활을 살펴보면서
일본인이 왜 '축소지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해 가고 있다.
일본의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모두 '작은 거인'들이라는 점이다.
복숭아 속에서 태어난 작은 소년인 모모타로 이야기, 손가락만 하게 태어난 엄지동이 잇슨보시 이야기,
대나무에서 나온 엄지손가락만한 카구야히메 까지..
이들은 모두 몸집이 작지만 그렇다고 약한 존재는 아니다.
작기 때문에 오히려 거대한 도깨비에게도 들키지 않고 마음대로 공격할 수가 있다.
그래서 잇슨보시나 복숭아 속에서 나왔다는 모모타로는 거대한 도깨비를 물리치고 보물을 가지게 된다.
한국의 옛날이야기 속 영웅들은 반대이다. 맞으면 맞을수록 커지는 달걀귀신, 겨드랑이에 비늘이
돋친 장수나 미륵바위처럼 덩치가 있는 영웅들이라는 것이다.
옛날이야기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어에는 확대하는 접두사는 있지만 축소하는 접두사는 없다.
한국어의 '왕'은 영어의 '킹사이즈'의 '킹'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떤 말 위에 붙이면 보통 이상으로 '크다'는 표현이다.
'왕눈'은 큰 눈이고 '왕대포'라면 술집에서 사용하는 큰 잔을 의미한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확대보다 축소의 뜻으로 사용하는 접두사가 많다.
자주 쓰이는 '마메'라는 말이 이다. 콩을 뜻하는 '마메'가가 붙으면 무엇이든 작게 축소된다.
'마메지도샤' (작은 자동차), '마메닌교' (마메인형), '마메혼'(작은 책) 등등이다.
일본인의 축소 지향성이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작가는 쥘부채를 얘기한다.
중국과 한국을 통해 전해진 부채는 일본인들에 의해 접어서 축소가 가능해져 소매 속까지
들어갈 정도로 작아지게 되었다.
부채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
하지만 부채 문화의 공통점은 보다 큰 부채를 만들어 더욱 시원한 바람으로 만들려는 욕망인데 반해
유독 일본인들만 반대로 '더 작게 만들 순 없을까'라는 발상을 한 것이다.
부채뿐만이 아니다.
작은 소책자인 문고본이 인기 있는 나라, 트렌지스터로 소형 라디오를 개발하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스테레오 전축인 워크맨도 만들어 내는 나라다.
그럼 왜 일본인들은 이렇게 축소지향적이고 작은 걸 선호하는 것일까.
작가는 단순히 일본이 '섬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같은 섬나라라도 영구의 문화 형태를 분석해보면 영국은 '축소'가 아니라 '확대'의 문화를 자향하고 있다.
영국 자국민들이 대륙이라고 불리는 프랑스,독일에 비해 사물의 스케일이나 사고방식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위에서 예시를 들었던 쥘부채
부채를 그렇게 작게 축소하면 자기 품으로 끌어들여 밀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채를 쥘부채고 만든 발상은 어떤 물건을 자기 품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다시 말해서 일본인들은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손으로 생각하고, 눈과 귀로 보고 듣기보다는
손으로 보고 만지고 들어야 이해하며 손에 쥐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추상적인 것은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관념적인 것, 커다란 것,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고 힘겹다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민족이라는 거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본말에도 '데(손)'와 연결된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힘겨운 것을 '데고와이(손의 무서움)'이라고 하며, 호된 것을 또 '데이타이(손 아프다)'라고 표현한다.
쥘부채를 접어서 손안에 넣으려 하기 때문에 거기서 생겨난 말이 '데고로', '데가루'이다.
한국말로는 '손쉽다'라는 말이지만 원뜻은 '손에 잡히기 쉽다' , '손에 가볍다'라는 관용어이다.
관념적인 것, 커다란 것,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데니오에나이(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는 뜻,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을 이렇게 말한다.)' 라고 하고 '데니아마루(손에 넘쳐난다는 뜻으로 힘겨운 것을 말한다.')
관념이나 추상적인 이념은 테두리를 갖고 있지 않고 퍼져 있기 때문에 확대지향적이라면
반대로 물건이나 도구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므로
축소지향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축소지향적인 성향이 다른 나라의 확대지향성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일본이 다른 나라와 함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맹우(盟友)가 될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일본인이 가진 '축소지향'이라는 키워드를 역사,문화 사회전반과 생활용품 등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풍부한 사례들로 인해 설득력을 갖고 있으며 같은 아시아 국가면서도
무엇이 우리랑 다른 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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